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ㆍ작성자	조기환
ㆍ작성일	2019-09-05 (목) 13:18

ㆍIP: 121.xxx.59

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내 발에게

손에게는
애쓴다고
고생한다고
위로와 격려 차원에서
종종 수고(手苦)한다는 인사를 건네는데,

발에게는
내 몸 맨 밑바닥에서
눈에 띄지 않게
아무리 애쓰고
아무리 고생해도
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이
족고(足苦)한다란 인사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.

손은
꼿꼿이 서있는 상태에서
아래로는 무릎에서
위로는 머리 위까지
뻗어 나온 어깨에 구애 받지 않고
자유자재로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지만,

발은
발목에 꽉 잡혀서
대부분 내 몸 중 무릎 아래서만 놀고
기껏해야 내가 힘차게 달릴 때나 엉덩이까지 올라가고
가랑이가 찢어지도록 태권도 앞차기 할 때나
겨우 머리 위에 올라갈 수 있다

손은
손쉽게
내 머리 위까지 올라가며
온갖 영광과 찬사를 다 누리지만,

발은
내 몸 밑바닥에서
온갖 푸대접
온갖 설움을 다 받는다.

평상시에는
머리가 내 몸의 감독이고
손이 내 몸의 주연이라면
발은 항상 조연에 불과하다

내 몸 전체를 항상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은
손이 아니고 발인데

마라톤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
달리는 시간만큼은
그 누가 뭐래도
발이 주연이고 손은 조연이다

그래서 달리기를 끝내면
발에게 고생했다며 따듯한 인사를 건네고
손보다 더 정성스럽게 발을 씻어주고 싶다.

우준호 2019-09-05 16:13	형 말대로 발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온갖 힘들고 고생스런 허드렛 일이란 일은 다하면서 대접다운 대접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... 늘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에서 말없이 묵묵히 커다란 버팀목이 된 채,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참 고맙고 사랑스런 발 --- 잊고 살았던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소중한 것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. 그것이 인연이던, 건강이던, 물건이던 전부 다 ...